연극영화학과 - '500일의 썸머'이야기

 [연극영화학과]
 '500일의 썸머' 이야기  

-This is a story of boy meets girl.
But you should know up front,
this is not a love story.-

["이것은 한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먼저 알아둘 것은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된다. 왠지 달달할 것같은 로맨스 영화이지만 영화 '500일의 썸머'는 처음 순간부터 그런 기대의 거품을 산산히 무너뜨린다.

영화 다크나이트 이후로 꽤 매력적이었던 조셉 고든 레빗이 슬로우 무비를 찍었었다하여 찾아보았건만 왠지 처음부터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 시작 후 이런 나의 마음을 싹 무너뜨리고 왠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시작됐다.

"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남자와 여자. 둘이 만나는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로맨스라 부른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썸머, 사랑을 기다리는 남자 탐. 누구가의 무엇이 되고 싶지 않다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썸머에게 영혼의 반려자를 찾아 헤매는 탐은 말한다.

"사랑을 느껴보면 당신도 알게 될거라고."

썸머 : 그냥 누군가의 '여자친구'가 되는게 불편해요. 사실 누군가의 뭔가가 되는 것 자체가 그리 편하지 않거든요. 전 제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탐 : 잘 모르겠는데, 인정해야 할 것 같아. 썸머를 사랑해. 그녀의 미소를 사랑해. 그녀의 머리칼이나 그녀의 무릎도 사랑해 목에 있는 하트모양 점도 좋아하고, 그녀가 가끔 말하기 전에 입술을 핥는 것도 사랑스러워. 그녀의 웃음 소리도 좋고, 그녀가 잘 때 보이는 모습도 좋아.

관계가 불분명하게 시작 되었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연애'라는 것을 시작한다. 키스도 하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마주보며, 보다 내밀한 공간에서 수더분한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연인 관계를  부정하며, "우리는 연인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썸머에게 탐은 억눌렸던 화를 참지 못하고 화를 낸다. "도대체 이게 다 무엇이냐며..."

비오는 밤 자신이 잘못했다며 탐을 찾아온 썸머. 그렇게 그 위기의 연인은 다시 사랑을 키워나가는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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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잠시 위기의 연인을 이별을 맞았고, 어느날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탐은 썸머에게 용기를 내어 찾아간다.

그리곤.. 왜냐고 묻는 탐에게 썸머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고."

게다가  다시 만난 그녀의 손에 왠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다시 왜라고 묻는 탐. 이해할 수 없다는 탐에게 썸머는 "그렇게 운명지어져 있었다고, 이젠 알겠다고, 사랑에 대해선 네가 맞았다고 대답한다."

썸머 : 그냥,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다가 알았어. 자기랑 있을때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걸.
저기 말이야. 식당에 앉아서 도리언 그레이를 읽고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내게 와선 책에 대해서 물어봤어. 그리고 ... 지금은 그 사람이 내 남편이고...

탐 : 그래, 그래서?

썸머 :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갔었다면 어떨까.. 점심 먹으러 다른 곳에 갔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10분 늦게 도착했다면 어땠을까. 그것 그렇게 예정된거였던 거야. .그리고 줄곧 생각했어, 탐이 옳았다고. 네 말이 옳았어. 내가 틀렸던 거고.

사랑은 없다 외쳤던 여자는 사랑과 운명의 힘을 온 몸으로 깨달았고, 평생 영혼의 짝을 기다려온 남자는 더 이상 운명 따위는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그녀를 잊기까지의 이야기 "500일의 썸머"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탐 : 썸머가 싫어!!!!! 그녀의 삐뚤삐뚤한 치아도 싫고 60년대 헤어스타일도 싫고 울퉁불퉁한 무릎도 싫어. 목에 있는 바퀴벌레 모양 얼룩도 싫어. 말하기 전에 혀를 차는 것도 싫어. 그녀의 목소리도, 웃음 소리도 싫어.

 '500일의 썸머'는 사랑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생하게 느끼고 겪지만 눈을 뜨면 걸어 나와야 하는 것. 아름다운 순간도, 지옥같은 순간도 있지만 결국엔 기억 속의 스냅사진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탐이 썸머에게 빠져들었던 환상이 벗겨졌을 때 비로소 사랑을 만나게 되는거라고 말한다.

레이첼 헨슨 : 틀림없어. 오빠는 자기가 바라지 않는 대답을 들을까봐 무서운거야. 그래서 지난 몇 달 간의 아름다운 환상에 숨으려는거지. 하지만 봐, 만약에 내가 오빠 라면 당장 물어보겠어. 오빠가 썸머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기는 건 알겠는데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고 있는거야...

1년 중 대부분의 날들은 그냥 평범하다.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나고 그 사이에 남겨지는 추억도 없이 대부분의 날들은 인생에 있어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는다. 탐은 마침내 기적이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명 같은 건 없다.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없다. 그는 알았다 그는 지금 그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500일만에 우연히 면접을 보러간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만난다. 그때 탐은 이렇게 말한다.

" 안녕하세요. 저는 탐이라고 해요. 면접 끝나고 커피 한잔 하실래요?"

그것 봐라, 내가 커피 한잔 속에 담겨져 있는 만국 공통어는 바로 "데이트 하실래요?라 하지 않았는가.
탐의 또다른 사랑 과연 어떨까. 영화는 이렇게 끝이 난다. 아주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 "500일의 썸머'. 그저 그런 흔한 이야기 보다 새롭고 현실적인 영화를 보고싶다면 '500일의 썸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속 아름다운 ost 까지 정말 꽤 괜찮은 영화다.

* 500일의 썸머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