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웹소설 작가. 어느 하나 녹록치 않은 타이틀을 서른여덟의 나이에 거머쥔 사람이 있습니다. 웹소설 마니아 사이에서는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친숙한 의사 이낙준 씨입니다. 낮에는 의사, 저녁에는 작가로 이중생활을 하며 쓴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와 ‘A.I. 닥터’는 드라마화가 결정됐습니다.
그를 뭘 해도 쉽게 성공하는 ‘타고난 천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학창시절 말썽꾸러기였습니다. 중학교 땐 반에서 20등을 왔다 갔다 했고, 학교가 끝나면 PC방이나 만화방으로 직행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뒷심을 발휘해 의대에 갔지만 거기서도 그는 청개구리였습니다. ‘의사는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행정고시를 공부했고, 인턴시절 전공을 네 번이나 바꿔 ‘배반의 장미’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그가 딱 하나 놓지 않았던 것은 소설입니다. 유년시절 판타지·무협 소설과 만화책을 끼고 살았던 그는 군의관 시절 독자에서 필자가 됐습니다. 히트작이 나오지 않아 글 쓰는 걸 포기하려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2년 전 병원을 나와 웹소설 작가로 전업했습니다.
―의사 겸 작가라니 학창시절이 궁금해요. 반에서 1등만 하던 모범생이었죠?
중학교 땐 반에서 20등 정도 했어요. 공부에 관심도 없었고 친구들이랑 노는 게 좋았어요. 겨울방학엔 친구들과 군고구마 팔고 방과 후엔 만화방을 갔죠. 고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정신을 차렸어요. 모의고사에서 400점 만점에 310점 정도를 받았는데 ‘이 성적으론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죠. 2학년 2학기부터 모의고사를 매일 풀었어요. 어렸을 때 판타지소설을 많이 읽어서 언어 점수가 받쳐줬던 게 도움이 됐어요. 이후부턴 쭉 전교 1등이었어요.
―고2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인하대 의대에 진학하셨어요. 의대 시절은 어떠셨어요?
예과 시절엔 의사가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행정고시를 공부하기도 했었고, 인턴 때 재활의학과, 응급의학과,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까지 전공을 네 번이나 바꿔서 별명이 ‘배반의 장미’였어요.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 세 개 장기를 보잖아요. 다양한 진료를 할 수 있는 게 좋아서 이비인후과를 택했죠.
―의사라는 직업 하나만으로도 바쁘셨을 텐데 웹소설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군의관 시절이었던 2016년 처음 웹소설을 시작했어요. 오후 5시에 퇴근하고 매일 두 시간씩 A4용지 4~5장 분량을 썼어요. 그 때 쓴 게 ‘군의관, 이계가다’인데 문피아(웹소설 플랫폼)에서 욕 많이 먹었어요. 지금 읽어보면 비문도 많고, 캐릭터나 구성도 허술해요. 대학에서 문학상을 받은 남동생은 ‘혈육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글’이라고 혹평했죠.
―혹평을 이겨내고 2019년에 쓰신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게 됐어요. 성공 비결이 궁금해요.
‘열혈닥터, 명의를 향해’ ‘의술의 탑’ ‘닥터, 조선 가다’ 세 편이 연달아 잘되면서 승승장구하다가 ‘의느님을 믿습니까?’가 데뷔작 수준으로 망했어요.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무조건 잘 돼야 했기에 대학병원 배경, 의사 주인공, 디테일한 수술 장면 등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넣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어게인 마이 라이프’처럼 웹소설 원작 드라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웹소설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면서 제 작품도 빛을 본 것 같아요.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성공 후 웹소설 작가로 전업하셨다고 들었어요.
2020년 1월에 병원을 그만 뒀어요. 웹소설 작가 일을 시작할 때 ‘본업의 3배 이상을 부업에서 벌면 본업을 그만 두자’는 기준을 정했거든요.
―일각에선 낙준 님 작품 조회수가 8000만 회 정도고, 회당 100원이니 80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던데….
가장 성공한 두 작품 ‘A.I. 닥터’와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조회수를 합치면 8000만 회 정도 돼요. 그런데 무료회차가 있어서 매출은 전체 조회수의 80%정도에요. 플랫폼 사업자 등과 나누고 나면 전 매출의 절반 정도를 가져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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