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닥뜨리게 되는’ 음악들이 있다. 듣는 순간 새로운 세계로 청자를 초대하는 작품들이 그렇다.
음표 위에 ‘던져진’ 우리는 생경한 풍경에 고개를 갸웃이다가도 이내 함께 노래한다.
미소 짓게 만드는, 혹은 경험한 적 없는 과거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앓게 만드는 음악인, 작곡가 이기를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교강사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프로듀싱팀 오레오의 작곡가 이기라고 합니다.
Q. 교강사님께서는 에일리 'Heaven'부터 오렌지 캬라멜 '까탈레나' ‘립스틱’ 여자친구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핑거팁’, 최근에는 걸그룹 IOI 출신 청하 'why don't you know' 와 여자친구의 신곡 '귀를 기울이면'을 작업하신 히트메이커 음악가이신데요, 현재 최고의 자리에 있는 교강사님의 ‘처음’이 궁금합니다. 시간을 달려서, 음악을 처음 시작하신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 고등학교 때 반에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기타를 시작하게 됐는데요, 재미가 붙어 자연스레 전공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대학 강의 중 작곡 수업이 있어서 처음으로 작곡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제가 대학 재학 당시에는 롯데월드에서 매년 동아리 경연대회가 열렸어요. 친구들과 상금을 받기 위해서 밴드를 만들어 참여하게 됐는데 그때 ‘이왕이면 자작곡으로 하자’고 뜻이 모여 처음으로 완성된 곡을 만들었어요. (상금은 타셨나요?) 탔습니다. 그때를 계기로 직접 곡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붙였고, 마침 학교에 장비들이 다 있으니 녹음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갔어요. 그 당시 함께 밴드를 하던 친구들은 현재 밴드 국카스텐의 베이스와 퍼커션 연주자가 되어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기타전공자에서 아마추어 작곡가로 성장하신 이야기가 흥미로운데요, 프로 작곡가로 데뷔하시게 된 과정 또한 궁금합니다!
- 대학에서 만난 후배인 보컬팀 길구봉구의 봉구가 저의 음악적 스승인 이현승 작곡가를 소개 시켜줬어요. 이를 계기로 운 좋게도 프로들과 한 공간에 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떻게 활동 하는 지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프로 작곡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배우고, 지금은 독립을 해 오레오라는 작곡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작곡가 ‘이기’라는 이름과 프로듀싱 팀명인 ‘오레오’의 뜻이 궁금한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요?
-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이름이에요. 지금은 개명을 하여 임수호 라는 본명을 가지고 있지만 태어나서 부터 26세 때 까지는 임종익 이란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이기라는 이름은 종익이의 이기 이구요. 밴드 할때 보컬 형이 지어줬어요. 마치 혁철이의 처리 같은 것 이구요. 팀명인 오레오는 오래오래 좋은 음악 하자는 의미로 오레오 로 지었습니다.
Q. 발표하신 곡들이 큰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교강사님처럼 성공한 대중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자신의 곡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저도 그랬지만, 작곡을 시작하는 분들 중에는 1절 혹은 2절까지만 작업을 하고 다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나 곡을 만들 때에는 완곡을 만드는 습관을 기르시는 게 좋아요. 더불어 이왕이면 가사까지 직접 만드는 습관을 기르시길 추천 드리구요. 곡의 분위기와 그 곡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는 프로듀서 자신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곡을 많이 만들고 실력을 길러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꾸준히 단련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Q. 교강사님의 작품들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중독성 있으면서 감성적인 가사가 화제가 되었어요. 교강사님만의 작사법이 궁금한데요~
- 좋은 가수는 그 가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가수들의 캐릭터 그리고 여러 음악적 장치와 일치 되었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을 바탕으로 작사에 임하는데요, 예를 들면 걸그룹 여자친구는 마치 체육소녀처럼 건강하고 명랑하지만 내면은 ‘유리구슬’ 같이 섬세한 감성을 가진 소녀의 이미지로 가사를 썼구요, 반대로 러블리즈의 ‘작별하나’ 라는 곡의 경우에는 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보며 감상에 젖어있는 문학소녀의 이미지로 작업했습니다.
Q. 여성, 그것도 소녀의 목소리를 잘 표현해낸 바탕 또한 궁금한데요.
- 어렸을 때 만화책을 엄청 봤어요. 저희 집에 있던 만화책만 거의 삼천권이 넘을 정도에요. 소년만화 순정만화 등 장르 불문하고 모조리 읽었고요, 그런 경험이 창작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가사를 쓸 때 특별히 소녀의 감성으로 작업 하지는 않구요, 부를 때 입에 감기는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입에 붙으면서도 부르는 가수의 이미지에 맞는 단어를 고민하고 각각의 가수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시하려 노력합니다.
Q. 교강사님의 작품들은 각각 개성이 뛰어나면서도 전체적으로 보면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요. 유년 시절, 혹은 청소년기에 어떤 음악을 들으며 성장해오셨나요?
- 누나가 둘 있는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집에 있던 만화책도 거의 누나가 산 것들 이었고요.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누나가 틀어놓은 음악이 항상 흘러나와서 강제로 들었어요. 다행히 누나의 음악 취향이 좋아 팝, 락, 힙합, 클래식 안 가리고 좋은 음악을 장르 구분 없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작곡가를 시작하기 전인 20대 초반 밴드를 하며 다양한 공연, 세션맨 활동 등, 많은 뮤지션과 교류하며 얻은 음악적 경험을 양분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다양한 곡들을 만드신 만큼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의 ‘까탈레나’라는 곡을 쓸 때였어요. 처음 제목이 ‘막달레나’였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생각난 제목이었는데, 오렌지캬라멜의 이미지와 디스코라는 곡 장르 모두 묘하게 어울려 마음에 들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고민을 안고 바르셀로나 여행 중, 마침 옆에 계시던 현지 가이드 분께 ‘막달레나와 비슷한 여자이름 없을까요’라고 물어보게 되었어요. 그때 얻은 답이 바로 ‘까딸레나’! 그렇게, 까탈스럽지만 치명적인 여자인 ‘까탈레나’라는 제목의 노래가 완성 되었습니다.
(<까탈레나>. 파키스탄 펀자브 족의 민요 '주띠메리(Jutti Meri)'를 차용해 만든 인도 풍 디스코 곡. 독특한 멜로디와 가사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14.03.12. 발매.)
Q. 음악인으로서 이것만은 지켜야겠다는 신념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요. 또, ‘시간이 지난 뒤 들어도 좋은 음악을 만들자’는 것 또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현재 교강사님은 예비 음악인들의 롤모델이 되고 계신데요, 스스로 생각하는 롤모델이 있으신가요? 또, 이후의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 롤모델은 맥스 마틴(스웨덴 음악가)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트렌드에 맞는,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이 흥얼거릴 수 있는 좋은 대중음악을 오래 오래 하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작곡가 윤일상, 이기 | 가수 길구봉구 박경서 | 기타리스트 함춘호, 정기송
DJ 최티거 | 래퍼 엠타이슨 | 안무가 김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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